2010년 12월 5일 일요일

'염불보다 잿밥..?'

오늘은 매년 초에 열리는 뫼비우스 전국 대회에 출전하는 자격이 주어지는 예선이 각 지역 해당 지부에서 열리는 날이다. 2년전 첫해에 승민이가 예선을 1등으로 통과해서 순천 대표로 큰 기대를 가지고 당당히 서울로 올라가 본선 대회에 참가했지만, 난생 처음 가보는 낯선 곳에서 처음 만난 아이들과 큰 규모의 경기를 치른다는게 어린나이에 버거웠을까..? 선생님도 부모인 우리도 전혀 예상치 못한(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는 논리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움직이는 법이다..) 작지만 결정적인 부분에서 문제가 생기는 바람에  아쉽게도 첫번째 도전은 그냥 참석하는걸로 만족하며 다음 대회를 기약해야 했었다. 나름 큰 경험과 소중한 교훈을 얻어 다음번엔 더 잘하리라는 다짐과 함께..
그러한 실패(?)를 밑거름으로 꾸준히 준비해서 작년에도 1등으로 출전 자격을 획득했지만, 하필 전국에 휘몰아친 신종플루의 광풍 속에서 전국 대회가 무기 연기되는 바람에 이번에도 그냥 지역 1등으로 만족해야 했었다.
그리고 오늘이 바로 내년 1월 11일 서울 건국대에서 열릴 뫼비우스 본선 대회에 참가할 지역 예선이 있는 날이다. 한 2주 전부터 거의 매일 밤 잠들기 전 한시간 정도를 온 가족이 할애해서 올해의 경기 종목인 'fits' 와 'take it easy'를  함께 연습하며 준비를 해왔었는데, 막상 경기가 열리는 오늘 중요한 선약 때문에 현장에서 응원해주지 못하는게 아주 조금 마음에 걸리긴 하지만.. 이번에 1등을 하게되면 서울에는 꼭 함께 가리라 스스로에게 다짐하며,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서는 승민이에게 "승민아, 아빠 없어도 잘할 수 있지?" 라고 물으니 "응... 근데, 1등 못하면 어떡해?" 라며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 관용구와도 같은 '승민이표 걱정'을 예외없이 꺼내든다. (하지만 묻는 표정과 말투는 걱정이 되서라기 보다는 기대감에 가득찬 어리광에 가깝다..^^) 더구나 그 질문에 대한 아빠, 엄마의 대답이 늘 한결 같다는 건 그동안 수없이 많은 반복을 통해 이제는 토씨 하나 틀리기 어렵다는 걸 저 스스로도 잘 알고있지 않은가.. "승민아, 1등, 2등은 중요치 않아. 중요한 건 최선을 다하는 거야. 요령이나 게으름 피우지 않고 승민이 네가 아는만큼 최선을 다해 경기에 임하는 것, 그게 가장 중요한 거야. 알겠지?" 아빠가 그렇게 얘기할 줄 알았다는 표정으로 환하게 웃으며 뒤돌아 뛰어 나가는 승민이를 보면서 나지막히 속삭인다.. "승민아.. 자신있지?"

전화벨이 울린다. '정재경'.. 오후 내내 의식과 무의식을 오가며 끊임없이 시간을 가늠하고 있었지만.. 15시 57분, 숫자를 눈으로 확인하며 이제 막 경기가 끝났음을 직감했고, 속도로는 이 세상 그 어떠한 것도 따라오지 못할 이기를 서로의 귀에 대고 일방의 결과를 전송하고, 결코 다르지 않을 쌍방의 감정을 공유하기 시작한다. 말하는 입을, 얘기하는 눈을 보지 않아도 볼 수 있고 같이 있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건, 오랜 시간 하루도 빠짐없이 이루어낸 동기화의 산물인가..

그나저나 2011년 1월 11일 이면 화요일인데.. 방학이라 가장 바쁜 때이기도 하고.. 하지만, 물리적으로 멀리 떨어진 곳에서 아빠의 부재가 주는 심리적인 위축을 생각한다면.. 휴~ 미리미리 계획을 잡아야겠다..


추신
염불보다 잿밥..? 승민이가 저녁에 털어놓은 1등의 목적이 서울에서 열리는 본선대회 진출은 뒷전이고, 63빌딩 방문이 주된 목적이었다는..ㅋ~ ^^;


.

댓글 2개:

Oldman :

부담에도 불구하고 시합을 즐겼으리라 생각이 드는군요. 그렇게 키우고 격려해 주시는 부모님도 부럽고...

tomyou74 :

익숙해서 인지, 아니면 자신있어서 인지, 이제 긴장도 안하더군요.. 비교하는 '자신감'보다, 만족하는 '자존감'을 키우기 위해 항상 노력 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