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2일 수요일

'오리진이 되라' by 강신장

"내가 시간을 버렸더니 이제 시간이 나를 버리는구나." -리처드 3세-


'번데기'
완전 변태를 하는 곤충의 애벌레가 자란벌레로 되는 과정 중에 한동안 아무것도 먹지 아니하고 고치 같은 곳의 속에 가만히 들어 있는 몸. 겉보기에는 휴식 상태 같지만 애벌레의 기관과 조직이 자란벌레의 구조로 바뀌는 중요한 시기..

"PC방 가는게 그렇게 큰 잘못이야?"
순간, 멈칫 했다. 예상치 못한 반응.. 가슴이 답답하고 심장의 피가 온통 머리로 치솟아 터져버릴것 같은데.. 부르르 떨기만 할 뿐, 몸도, 입도 얼어버린 건 매서운 추위 때문만은 아닐게다..
반복되고, 반복되고, 반복되고...
먹물이 번져 가 그 흔적이 아름다운 그림이 되고,
물이 끓어 올라 그 열이 훌륭한 에너지가 되지만,
도대체, 얼마나 더 번지고, 얼마나 더 끓여야 그리 되는 것인가.. 먹물이 번져 먹지가 되어 온통 까맣게 변해 너덜너덜 찢어지고, 물이 끓어올라 기화 되어 온통 까맣게 태워 냄새가 나고 연기가 피어 오르면, 그때 알게 될까..? 얼마나 어리석었는지를..
두렵다.. 소진 되어가는 인내심의 끝을 보게 될까..
슬프다.. 그럼에도 부여잡고 울분을 집어 삼켜야만 하는 현실이.. 천성이..

문득, 이런 생각을 해본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예외없이 겪게되는 방황과 혼란의 시기가 혹시, '번데기'와 같은 상태가 아닐까..? 미숙하고 볼품없이 그저 생존하는게 목표인 연약한 애벌레 시기에는 너무나 순종적이고 통제 가능하지만, 태어나 처음으로 겪게되는 자기만의 공간인 고치 속에서 그 어떤 외부의 간섭과 영향을 받지 아니한 채, 외롭고 특별한 시간을 보낸 후 눈부시게 찬란한 날개를 펼치며 넓은 세상으로 비상하는 나비..
근데.. 일단 고치 속에 들어가는 그 순간부터는 외부의 손길이 전혀 미치지 않는다고 한다면, 고치 속에 들어가기 전 애벌레 시기에 사실상 거의 모든게 결정 되어 지는 것은 아닐까..? 다시말해 어떤 나비가 되어, 어디까지 비상해서, 어떻게 살아갈건지의 목표와 가치관이 제대로 정립되있지 않은 상태라면, 고치 안에서 보내는 시간은 너무나 길고, 너무나 힘들고, 너무나 무의미한 시간들로 채워질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그 결과는 더욱 더..      

"왜, 다른 애들은 다 가는데 나는 PC방에 가면 안돼?"
"왜, 다른 애들은 다 여자친구 사귀는데 나는 안돼?"
"왜, 다른 애들은 다 스마트폰 가지고 다니는데 나는 안돼?"
왜, 왜, 왜, 다른 애들은.....

특별한 아이들은 오랜 시간에 걸쳐 높은 수준에 이른다.
그리고 특별한 아이들은 가장 힘든 순간에 훌륭한 선택과 결정을 한다.
하지만, 그러한 결정을 함으로써 초래되는 또래 집단이나 다른 이들의 조롱과 비난, 압박, 이질감, 따돌림 등을 아무런 외부의 도움 없이 자기 스스로 극복하고 자신의 신념에 충실할 수 있는 힘을 가진 아이들은 거의 없다. 
따라서, 아이가 자기 길을 갈 수 있도록 제때 가르치고 반드시 그렇게 할 수 있는 용기를 불어넣는 일은 그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러한 생각들이 있다. 그 생각들은 남다른 것이며, 신념이 녹아있는 것이며, 강렬한 의지가 담긴 '가치 있는 생각'이다. 나는 이처럼 특별한 생각은 특별하게 불러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가 정한 그것의 이름은 바로 '소울 Soul' 이다...
소울의 높이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그것은 우리의 관점을 껍데기에 머물도록 놔두지 않고 근원과 본질로 이끌기 때문이다. 소울이 높으면 자잘한 것들에 발목 잡히지 않고 내가 닿을 수 있는 최고 높이까지 단번에 뛰어오를 수 있다."

우리의 가슴에 어떤 '소울'이 들어 있는가가 우리의 운명을 결정한다. 소울의 수준이 낮으면 세상의 소음에 쉽게 흔들리고, 휘둘리고, 헤매다, 결국 인생을 허비하게 된다.  
군중 심리에 맞설 수 있을 만큼 강한 자기만의 행동 기준, 그리고 그것을 통해 그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충실하는 것, 이것이 바로 '하이소울'에 이르는 진정한 길일 것이다. 


댓글 2개:

Oldman :

벌써 이런 갈등이? 그저 최선을 다하는 수 밖에요...

tomyou74 :

앗! 승민이가 아니고, 한창 思春期를 겪고 있는 조카 얘기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