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2일 일요일

'안나 카레니나' by 레프 톨스토이

"사회성이란 말이야, 자기보다 강한 사람에게 고개 숙일 줄 아는게 사회성이야~" 몇년 간의 공백은 생각보다 컸다. 그리 변하지 않은 겉모습과는 다르게.. 늘 재밌고 유쾌하며 배울점도 참 많은 그런 멋진 사람이었는데..
삶의 고단함과 그 고단함을 유발하는 부당함 조차, 뭐 어쩔 도리 있겠냐는 투로 그저 관망하고 순응하며 살고 있음을 애써 부인하지 않겠다는 듯, 아픈 과거가 되풀이될까 두려워 불안하지만 꿈이 있는 미래를 안전하지만 꿈이 없는 현재와 맞바꿔 버린 겁쟁이처럼.. 너무나 닳고, 낡은 생각을 친숙한 말투와 표정으로 얘기하는 그 기괴함이란.. 서글펐다.. 무엇보다도 초라하고 비루하기까지한 그런 삶의 태도를 대물림 하려는 모습에선, 너무도 참담한 기분에 악! 비명이라도 내지르고 싶은 심정이었다..

누군가 묻는다..
"경험없이 알 수 있나요..?"
그리고,
여전히 묻는다..
"학교를 안다니면 사회성은 어떡하죠..?"

스테판 아르카디이치와 돌리
브론스키와 안나 카레니나
레빈과 키티
그리고
알렉세이 알렉산드로비치

얽히고 섥힌 관계들.. 사랑, 야망, 기쁨, 환희, 권태, 후회, 원망, 복수 그리고.. 죽음...
<전쟁과 평화>와 함께 톨스토이 최대의 역작으로 평가받는 이 작품은 19세기 후반 러시아를 배경으로 동 시대를 살아가는 여러 인물들의 내면 세계를 놀라울 정도로 섬세하고 정확하게 묘사하여 인간과 삶에 대한 수준 높은 통찰과 철학을 보여주는, 읽는 것 자체로 높은 성찰에 이르고 깊은 자각과 깨달음에 도달하게 만드는 시대를 초월한 인류의 소중한 자산이다.

이러한 문학을 통해 얻을 수 있는 건 실로 다양한 어휘와 풍부한 표현력이고, 다양한 인간과 풍부한 감정들이며, 다양한 경험과 풍부한 가르침이다.

내가 바라는 사회성이란 '타인의 감정을 잘 아는 것'이고,
내가 바라는 사회성이란 '타인의 감정을 잘 이해하는 것'이며,
내가 바라는 사회성이란 '타인의 감정을 잘 보듬어주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 안에서 '타인'을 느껴보고, '타인' 속으로 내가 들어가 보는 것..
단조로운 현실 세계에선 접하기 어려운 경험과 관계를 이와 같이 훌륭한 문학 작품을 통해 만나보자. 혹, 멀리보는 慧眼 과 깊게보는 海眼 을 동시에 얻게 될지도..


추신
"이모부, 초등학교 때는 세계명작을 안읽는게 좋을것 같아요."
토론 시간에 연수가 불쑥 꺼낸 말이다.
"응? 왜에..?"
"제가, 아까 이모집에 갔을때 책 읽으려고 책장을 살펴보는데 글쎄, 초등학생용 안나 카레니나가 있는 거예요~"
"초등학생용으로? 이 책이?"
"예! 근데, 읽어 봤더니 내용을 얼마나 줄여 놨는지 앞뒤도 안맞고 엉망이더라구요~"
"..."
방대한 원작을 달랑 한권에, 그것도 큼직한 활자를 성의없는 그림과 함께 담아 낸다는 것 자체가 말도 안되는 일이지만, 설사 요행히 핵심을 잘 추려낸다 하더라도 이건 아니지 않은가..? 다른 건 차치하고, 주인공인 안나가 불륜을 저지르고 그 불륜을 유지하기 위해 남편과 자식도 버리고 종국엔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선택한다는, 진정한 사랑과 자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초등학생에게 어떻게 설명하고, 또 어떻게 이해를 구할런지.. 아니면 19세기말 격변하는 러시아의 사회상과 위선과 가식으로 가득찬 상류층의 사교 문화 그리고 붕괴 직전인 농노제의 구조적 한계를..? 아서라, 체할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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