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3일 금요일

'승민이의 눈물'

울먹울먹 참는 듯 하더니 결국, 울음을 터뜨린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억울한 모양이다. 저번주에는 현빈아빠가 일이 있어 경기에 불참하는 바람에 부득이 평소와 다르게 편을 짜는 과정에서 작은 소란이 일때부터 불길하더니, 전반이 끝난 뒤 서로의 플레이에 대해 질책하며 불평하다 급기야.. 한 명이 집에 가버리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설마, 돌아오겠지.. 하며 가만 놔뒀더니만 그냥 횡~하니 가버리더라는.. ㅡ.,-;) 늘 하던대로 팀을 나눴으면 일어나지 않았을 일인데.. (이것은 사전에 아무런 교감 없이 불참한 사람 때문..? 형, 책임져요~ ㅋㅋ)
근데, 어제는 그 전날 학교에서 친구와 다투다 눈 언저리가 찢어지는 부상을 당한 학현이가 불참해서 또 다시 새롭게 팀을 편성 했는데.. 현빈이만 자기 아빠 편을 원하고, 나머지 모든 애들이 공교롭게도 내 편을 원해서(하여튼, 이노무 인기는.. ^^;) "얘들아, 봐봐~ 저쪽은 2명이고 우리는 7명이면 어떻게 게임을 하겠니?  물론, 이모부가 좋아서(ㅋ) 또, 이기고 싶어서(ㅋㅋ) 그러는 마음은 충분히 이해하지만 오늘은 어쩔 수 없다~" 한참을 알아듣게 설명하고 동의를 구해도 소용없고, 급기야 민지가 "이모부, 저는 꼭! 무슨일이 있어도 이모부 편을 해야되요!" 라며 농성이라도 할 기세로 잔디밭에 드러눕는 통에 어쩔 수 없이 원래 생각과는 다르게 팀을 구성하게 됐다. 그러면서 그동안 늘 한 팀으로 호흡을 맞춰 오던 승민이와 정우를 갈라 놓은게 사달이 났다. 평소 민첩한 동작과 적극적인 대쉬로 수 많은 골을 태클로 저지하고 온 몸으로 막아내, 이미 우리들로부터 그 실력을 인정 받고있던(왜 그런 사람 있지 않은가, 내 편인게 너무 다행인 사람..) 정우를 같은 편이 아닌 상대로 맞서는게 승민이에게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었으리라.. 아니나 다를까 몇 차례 몸 싸움과 강력한 태클에 번번히 제지 당하자 침울해진 승민이.. 반칙을 했네 안했네 하며 옥신각신 하더니 내게로 와 정우가 팔꿈치로 옆구리를 때리고 머리를 들이밀어 부딪쳤는데 왜 반칙을 선언하지 않냐고 따져 묻는다. 그 모습이 우습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원래 축구라는게 몸싸움이 없을 수 없고 정우도 반칙이 아니라는 태도인데, 그걸 승민이의 아빠인 내가 문제 삼으면 정우는 공정하지 못하다고 생각할게 뻔하기에 오히려 승민이에게 핀잔을 주며 "아빠가 무슨 눈이 몇개 더 달린것도 아니고, 어떻게 그걸 일일히 다 보겠어? 아빠가 심판이야? 아빠도 같이 뛰고 있잖아." 하며 애써 무시하고 공쪽으로 뛰어가는데 멀리서 슬쩍 보니 여전히 울먹이며 내쪽을 빤히 쳐다보며 서있다. (어쩌랴 자식인걸~ㅋ) 하는 수 없이 "알았어~ 아빠가 좀 더 자세히 볼께" 라고 못이기는 척 한마디 해주자 그제서야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승민이.. 하지만 얼마가지 않아 이번엔 민지까지 가세해 상황을 거칠게 제연하며 또 반칙을 했다고 주장한다. 정우와 같은 편인 현빈이는 정당한 몸싸움이었다며 정우를 두둔하고.. 결국, 어깨가 아닌 팔꿈치를 사용했으므로 반칙이라는 나름 논리적인 요구를 수용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 됐고, 이에 페널티킥을 선언했지만.. 황금같은 기회를 골로 연결 시키지 못한 승민이가 결국 참았던 울음을 터뜨린 것이다. 왜 아까도 몇번씩이나 반칙을 자행(?) 했었는데 그때는 그냥 넘어 갔느냐는 불만과 막상 기회가 주어졌음에도 불구하고 골을 넣지 못한 자책이 뒤섞여 참았던 감정이 폭발한 것이다. 저번주에는 민지가 자책골을 두 번이나 넣는 바람에 경기에 졌다며 정우가 억울해하며 울더니.. (쩝.. 어렵군, 어려워..)  

내 맘 같지 않은 사람들과 내 맘을 몰라주는 사람들 때문에 분하고, 억울하고, 마음 상하는 일이 어디 한 둘인가.. 오늘 승민이가 흘린 눈물의 의미는 상황을 주의깊게 그리고 정확하게 지켜보고, 모두가 납득하는 합당한 판단과 결정을 내려주는 공정한 심판의 부재를 통감하며 억울함을 호소하는 그런 눈물이리라.. (오버다 오버~ ㅋㅋㅋ)

"승민아,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네가 생각지도 못한 불합리한 일들이 종종 생긴단다. 네가 아무리 잘 하려고 해도 주위 환경이나 사람들이 네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 수도, 관심이 없을 수도 있고.. 하지만 승민아, 그렇다고 그럴때마다 매번 화내고 짜증을 낸다면 좋은 쪽으로 바뀌는 것은 하나도 없어.. 외려 바뀌는 건 너에 대한 다른 사람들의 좋았던 감정의 변화고, 바뀌는 건 긍정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던 너의 순수한 마음의 변화야. (슬픈 일이지..ㅠㅠ) 짜증이나 화는 '나는' 게 아니고 '내는' 거란다. 결국, 네 생각과 의지에 달린 거라는 사실을 명심하고 사소한 감정에 너무 휘둘리지 않는 '대범함'을 갖추길 바란다.. 승민아, 자신있지? ^^"


추신
아이들의 열광적인 추종(현빈이만 빼고.. 기억할께~ 현빈아~ㅋㅋ)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4:2로 졌다는.. (우수수 추종자들 떨어져 나가는 소리가 들리는군.. 다음주에는 승민이와 단둘이? ^^;)
근데, 승민아.. 음... 페널티킥은 연습 좀 해야 되겠던데?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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