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17일 금요일

'영민耳讀經'

제아무리 소심하고 겁많은 사람일지라도 예외일 순 없다. 마치 출고될 때부터 이미 깔려있는 기본 어플 마냥, 따로 배운 기억도 없지만 원래부터 알고 있었던 것처럼 여겨지는 글로벌스탠다드한 동작과 음률이 일단 시작되면, 그 짧은 시간 감춰 두었던 '그것'을 한치의 망설임 없이 정확한 타이밍에 꺼내놔야만 한다는 것을, 곧이어 그것을 확인하는 순간, 제아무리 똑똑하고 잘난 사람일지라도, 설사 그것이 언제든 마음만 먹으면 내 의지대로 통제 가능한, 따라서 신이 나에게 부여해준 고유한 권리를 행사함으로서 얼마든지 결과를 180도 바꿔버릴 수 있는 만고불변 내 소유의 것 일지라도, 그것의 형태를 변화시키는 따위의 행동은 절대로 용인될 수 없다는 사실도..

이것은 도덕과 정의의 묵시적 구현이요, 수많은 논란과 이견에 종지부를 찍고, 선명한 합의와 결론에 도달하게 만드는 행위 예술과도 같으며, 일찍이 이것을 모방하고 또 능가하기 위한 다양한 변종(이를테면 '묵찌빠'나 '우라무라때'와 같은)들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것만큼 단순하고 명쾌하며, 차별없이 공평하며, 그 어떤 도구의 도움 없이도 신속한 의사 결정이 가능한 쿨~한 수단은 못봤으니, 이것이야말로 전무후무한 最古의 중재자이고 판정관이며, 우리 인류가 끝나는 그 순간까지도 남아있을 위대한 행위 유산이 아니던가..

하지만,'論理'를 무력화 시키는 건 'Non理'만한게 없고,'理性'을 혼돈에 빠뜨리는 건 '異性'의 몫이듯, 자기가 이기면 당연히 그 결과를 수용해야 되고, 자기가 지면 뻔뻔스럽게 결과를 외면하고 부정하며 그것도 모자라 곧바로 떼쓰기 모드에 돌입하는 '류영민'의 행태는, 이 모든 대자연의 섭리를 깡그리 무시하고 오로지 자신의 목적 달성만을 최우선 가치로 삼는 극단적 이기주의자의 모습으로, 아빠인 내가 봐도 자증(짜증의 순화 ㅋㅋ)나는데 오빠인 승민이는 오죽하랴.. 하지만 그런 불합리한 현실 속에서 나름 조목조목 영민이에게 설명하며(사정하며?ㅋ) 진지하게 화내는 승민이의 모습은, 마치 영화 속 한장면처럼 사건도, 상황도 그리고 등장 인물들의 연기도, 즐겁게 어이없고, 기쁘게 우스우며, 얄밉게 귀여운, 다시 보고 싶은 명장면을 연출했기에 이렇게 글로 남겨본다. ^^

하긴, 그동안 영민이가 창작해낸 어이없는 말과 행동들을 모두 묶어 책으로 낸다면, 아마도 안드로메다급 유머집으로 큰 성공을 거두지 않을까? ㅋㅋ
"난 오늘이 수요일인 줄 알았다.." 월요일 방과후 수업 땡땡이 친게 들통나자. (바로 전날 일요일이라고 하루종일 놀았으면서..)
"비가와서 매점이 문닫았을까 그게 걱정이다.." 봉화산에 오르는 중, 비가 조금씩 내리기 시작하자. (비가 오든 말든 오로지 매점을 향한 저 집념..)
"새치기 하지마!" 달리기 시합 중, 늦게 출발한 승민이에게 거의 따라잡히기 직전에. (뭐하러 달려? 그냥 줄지어 걷지..)
"음.. 열다섯 마리..?" 봉화산에 오는던 중, "이 산에 개미들이 몇마리나 살고있을까?" 라는 질문에. (제 눈앞에 보이는 것만 수십, 수백 마린데..)
"뻥~치시네.." 전날 사놓은 아이스크림을 이미 다 먹어버렸다는 할머니의 말씀에. (뻥~ 소리가 나도록 엉덩이를 때려줄까 보다..)

다름의 가치와 기대에 너무나 부응한 나머지, 제 나이에 걸맞지 않게 유난히 '자유로운 영혼'을 갈망하는 영민이.. 하지만, 온전하게 자각하지 못하는 순간, 잠시 잠깐 스쳐가는 자유의 흔적들이 훗날 멍에로 남지 않길 간절히 바라는 마음으로 부단히 노력하며, 오늘도 가슴속에 되새겨 본다..'부드러우면서도 확고하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영민耳讀經'
머리 풀이 더욱 무성해지면, 그때는 좋아지겠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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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4개:

Passion :

새치기 하지마' 에서 빵~ 터졌습니다. ㅎ
그래도 영민이가 있어서 구성이 조화롭잖아요.. ㅋ

tomyou74 :

그렇지요? 둘 다 영민이 같고, 둘 다 승민이 같으면, 얼마나 심심했겠어요~! ㅋㅋ

Oldman :

ㅋ ㅋ 한참을 웃었네요. '자유로운 영혼' 맞네요. ^^

tomyou74 :

실제 말하는 표정과 행동을 보면 즐거움은 배가되는데.. 일일이 보여드릴수도 없고.. 참~ 아쉽네요~~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