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8월 30일 월요일

'정의란 무엇인가' by Michael J. Sandel

"후가 어데있노? 가져도 가져도 끝이 없는기 세상이라!.. 류씨도 언능 정신차리소. 여그는 기도원이 아이라! 세상이라! 현실이라꼬! 산다는기 그래 살아있다꼬 다 사는기가? 어떻게 사는냐가 문제 아니냐 그말이다!.. 류씨는 다 좋은데 그 현실감각이 떨어져.." -윤태호- <이끼>

현실감각이라.. 새삼스럽긴 하지만 요즘 투철한 현실감각으로 똘똘 무장한 장관 후보자들의 인사청문회를 지켜보며 세월이 하수상하니 어떻게 사는게 사람답게 사는건지 잠시 헷갈리며 문득, 떠오른 장면이다..

'정의란 무엇인가?'..?? 이 무슨 '현실감각' 떨어지는 나이브한 화두인가?
하지만 요즘 한창 각종 언론들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기사로 다루는걸 보니 2010년 8월 대한민국에서는 아열대 기후로의 극적인 변화를 짜증스럽게 적응해 나가야 할 뿐만 아니라, 전방위로 확산되는 과거로의 회귀를 심각하게 염려해야 되는 상황인 것 같다. 더위야 때가 되면 물러 가겠지만..

이 책을 펼친게 6월초 즈음이니까 시간이 꽤 흘렀네.. 근데 왜 이제야 독후활동을 하는걸까? (너무 더워서~ ㅋㅋ)
마음만 먹으면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리는건 문제도 안되는 메이저 출판사의 약은 마케팅은 하버드 20년 최고의 명강의라는, 대통령도 읽은 책이라는, 경제인협회에서 강력 추천했다는(특히 이 문구는 정말 믿을게 못된다.) 등 입에 발린 서평에 기업체나 관공서까지 가세해 읽기 경쟁 아니, 구입 경쟁에 열을 올리니 화제일 수 밖에.. 그렇다 하더라도 이 불경기에 그것도 고작 몇 천부 단위로 찍어내는 인문학 서적이 석달 만에 30만부가 팔렸다니, 다들 이렇게나 정의에 목말라 있었나? ㅋ 그러니 한동안 완독 해내지 못한 내 교양과 지적 수준을 의심할 수 밖에.. ^^; 도대체 무어 그리 대단하기에 이 호들갑들인가?

짐작은 했겠지만 거창한 제목이 암시한, 독자가 기대했던 정답은 없다. 전형적인 양비론.. 불편하다.. 정의란 무엇인가? 오히려 저자는 되묻고 있다.
현실에서 흔히 목도하게 되는 여러가지 상황을 저 멀리 아리스토텔레스부터 가까운 존 롤스의 <정의론>까지 끄집어내 비교 설명하고 그리고.. 그리고.. 결론은 없다. (ㅡ,.ㅡ;) 각자 알아서 판단하라는 거다. 하버드대에서 무려 20년간 명성을 떨친 저 유명한 강의를 통째로 수록한 책이다.
아직 여리디 여린 스무살 초입에 감당해야 될 내용치곤 너무나 장황하고 현란한 레토릭에 어지럽다. 짜증난다. 애초에 정답이 없는 도덕적인 주제들에 대해 각자 생각하고 각자 알아서 판단 하라는 얘기는 각종 사회 현상에 대해 깊이있는 토론과 사유없이 수박겉핥기식 암기에 급급한 채 오로지 대학 입시에만 매달려온 우리네 학생들에게는 너무나 갑작스럽다. 더구나 학창시절 내내 주입하고 강요해왔던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실은 '이기적이고 계산적인' 이라는 표현이 적확하겠지..) 생각보다는 다분히 비현실적이고 감성적인 '정의로운' 생각을 요구 한다는 것은 정말로 무책임하다. (하긴, 전반적인 교육 환경이 우리와 사뭇 다른 미국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강의지..?) 물론, 책 말미에 자신의 견해를 살짝 내보이긴 했지만 저자의 명성과 영향력에 견줘보면 좀 비겁하다.. 지난 20년동안 이 강의를 듣고 학점을 받아간 학생들이 지금쯤 제 분야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가진 리더들로 자리매김 했을터인데, 왜 세상은 갈수록 'un정의'로워 지는걸까..?



추신
무식하면 용감하지.. 이 책 한권으로 '마이클 센델' 이라는 세계적인 석학을 논한다는게 주제넘는 일이라는걸 잘 알고 있지만 뭐, 다들 너무 호평 일색이니 나는 좀 많이 비판적이어도 되겠다 싶었다. (하여튼 삐딱해~ ㅋㅋ)
돈이 되는 베스트셀러 양산에만 혈안이 된 책 장사치들과 언론을 빙자한 기자 나부랭이들의 합작으로 다른 나라에서는 보기힘든 '베르베르', '하루키' 팬덤을 만들어낸 방법처럼 무조건적으로 몰아가지 말라는 생각도 함께.. '정의'는 지식도, 지혜도 아닌 인간의 도리이며 양심이니까..


댓글 4개:

Passion :

정의의 진정한 의미가 희미해 진 현 시대에 맞게 제목을 수정하자면...

'정답은 무엇인가'

tomyou74 :

너무 어렵습니다..
'정답을 고르시오'로 해주시고 4지선다로~ ㅋㅋ

Oldman :

두 분이 또...ㅎ

근데 여기 미국에서도 청문회소식을 듣고는 있는데 어디 털어서 먼지 하나 나오지 않는 청렴한 후보가 한국에서 장관후보로 나오기는 이젠 아예 불가능한 얘깁니까?

그냥...답답해서 여쭤봅니다...ㅠㅠ;

tomyou74 :

불가능하기야 하겠습니까만은.. 임명권자의 의지에 달린거겠죠... 근데, 그게 좀.. 그분들의 사고가 너무 상식 밖이라.. 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