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3일 화요일

'58도'

승민이가 부쩍 말수도 많아지고 자기표현도 적극적이다.
또 에너지가 넘치는지 시간만 나면 공놀이 하자고 계획까지 세워두고 일방적?으로 따르도록 요구한다.
이제 8살인데 너무 계획적이고 자기 주도적인게 아주 가끔은 걱정된다. 주위사람들이 피곤해 질텐데.. 기우인가?
한바탕 공놀이 후,
"승민아, 이제 충분히 놀았으니까 얼른 씻고 마무리 하자"
충분하진 않지만 여기서 떼써봐야 소용없다는 걸 그간의 학습효과로 인해 잘 알고있는 터라 더이상의 요구는 없다.
근데, 문제는 여기서부터다.
이제부터는 혼자서 공놀이 하는거다. 이리저리 몸을 굴리고 잡고 뛰고.. 잠시 컴퓨터에 자료 업로드 하는동안 혼자만의 리그에 열중이다.
"승민아! 지금 시간이 몇시야! 빨리 씻을 준비해야지!"
하지만 들은둥 마는둥 여전히 부산하게 공을 쫓아 움직인다. 그러길 한참.. 결국 내가
"승민아! 정확히 5분후에 아빠는 씻으러 갈거니까 알아서해!"
'5' 5라는 숫자를 듣자마자 내게 달려오더니 컴퓨터 하단에 찍힌 시계가 9시 34분인걸 확인한뒤 하는 말
"아빠! 그럼 9시 39분에 씻으러 갈꺼야?"

결국, 정해진 시간을 다 채우고 나서 39분에 욕실 앞으로 간 승민이, 옷을 벗으면서도 요즘 즐겨듣는 'Beatles'의 'Yello Submarine'을 흥얼거리며 원맨쇼를 펼친다. 갖가지 표정을 지으며..
그러길 또 한참..
"승민아! 아빠 다 씻을 때 까지 안들어오면 혼자 해야되는거 알지?"
'원칙중심의 사고와 행동'을 중요시하는 나는 정말 아주 특별한 경우가 아니고서는 내 경고?를 무시하고 시간을 방치한 후 샤워의 마지막 단계인 행구기에 들어가면 그때서야 위기를 감지하고 슬금슬금 들어오는 모습을 보면 반드시 응징?한다.
"늦었어! 혼자 씻어!"
이제는 그런 결과를 잘 알고 있기에 내가 샤워하는 중간중간 문을 열고 진도를 체크한뒤 뛰어들시간을 가늠하곤 한다.
대게 그때라는게 내가 몸에 비눗칠을 하기위해 물을 잠그는 시간 즈음인데, 물 사용중에 60도 정도로 올라가 있던 보일러 물 온도가 잠시나마 내려가기 때문이다.
그걸 활용하는 승민이.. 욕실문이 열리더니
"아빠! 나 58도로 씻겨줄꺼야?"





댓글 2개:

첼리스트 쩡~ :

승미나~~정말 58도를 원하니???응??
,,,,,,,,,,,,,,

57도는 안되겠니???
ㅋㅋㅋㅋㅋㅋ

tomyou74 :

알잖아~ 승민이 엄살.
아마 57도는 너무 차갑다고, 59도는 너무 뜨겁다고 호들갑일껄. 참! 그건 영민이지..
승민이는 씻다말고 나와서 온도를 확인할거야 아마도..그리고 58도를 기다리는 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