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7일 일요일

'코테'

날씨도 풀리고 집도 정리되고 해서 거실이 저녁엔 미니 축구장이 된다.
승민이가 워낙 공놀이를 좋아해서 작년엔 놀이터, 팔마운동장에 자주 갔는데 겨울이 되면서 한동한 못해서인지 요사이 못움직여 안달이다.
승민이 아니랄까봐 공놀이를 할때도 규칙을 세워서 단계별로, 스코어에 집착하는 것,
"게임을 하다보면 항상 이길수는 없어!"라고 수없이 말을 했지만 '진다'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워 하는것도 여전하다. (어찌도 이리 닮았는지 ㅡㅡ;)
한창 신학기 바쁠때라 어젠 너무 늦은시간에 귀가했는데 아빠랑 공놀이 하려고 기다리고 있었단다. 그런데 어쩌랴, 시간은 밤 11시를 넘어가고 있고 너무 늦지않게? 잠들어야 한다는 나름대로의 원칙을 가지고 있기에 ''내일은 꼭 놀아줄께" 하며 이럴때 내가 즐겨쓰는 '조삼모사'를 빗대 회유도 해보고 반협박? 도 해봤지만 웬걸, 어지간히 하고 싶은가보다. 무려 30분간 "공놀이!" 징징.. "공놀이" 징징.."공놀이".. 요지부동에 눈물까지 뚝뚝 흘린다. 이건 뭐.
"그럴 시간이면 진즉 해줬겠다. 승민이가 자기 들어오면 축구해야된다고 할일 다해놓고 책도 얼마나 열심히 읽었는데" 아내가 핀잔이다.
흐흠. 쩝.. 하지만 순순히 물러서기에는 서로가 너무 멀리와버린 상황.
하지만 내가 누군가. 승민이에게 거절할수 없는 제안을 했다.
그건 바로 퀴즈!! 방금 읽었던 책 내용 맞추기. 방금까지 징징 울던애가 '퀴즈'소리에 돌연 진지해진다. ㅋㅋ 이건 뭐 출제자가 난데 말해 뭐하랴. (난이도 최상급, 걸려들었~어!!)
책을 펼쳐들고 쭈욱 넘겨보며 문제를 고르는데 (슬쩍 승민이를 보니 조금 걱정스러운 표정이다) 후훗~ 눈에 들어온 단어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코테' '스리랑카'의 수도 이름이다.
나 "자아~ 문제. 스리랑카 수도 이름은?" (이걸 어떻게 맞추나? 룰루랄라 휘파람이 나온다)
승민 "으음.. 스리자야르르ㅡㄹ르" (얼버무린다, 근데 표정이 심상치 않다. 웬지 불길한 느낌이)
나 "뭐?"
승민 "스리자야르르이ㅓㄹ"
나 "똑바로 한자씩 말해봐" (설마?)
승민 "스.리.자.야.와.르.데.네.푸.라.코.테"
나 "...*-*"
옆에서 흘려듣던 재경이가 놀라며 물어본다.
재경 "자기야! 진짜 맞아?"
대답대신 책을 보여주니 확인후 대단하다며 승민이 치켜세우기 바쁘다.
우쭐해진 승민이..
여기서 물러서면 자정이 가까워진 시간에 축구를 해야하는 상황이다.
다급해진 내 눈에 순간 '코테'라는 단어가 확 들어온다.
나 "승민아. 싱가포르 수도 이름을 줄여서 뭐라 그러지?"
승민 "..음.." (의외로 이건 모르네)
얏호! 이걸로 오늘 상황종료.

'스리랑카'가 아프리카에 속해있는줄 알았는데 인도 아래에 위치해서 아시아에 속한줄 오늘 알았네. 헐~
그리고 하나 더, 스리랑카는 수도가 두개인데 '코테'는 정치적 수도 이고 '콜롬보'는 행적적 수도다.


댓글 2개:

첼리스트 쩡~ :

영리하고 순진한 우리 조카...
엿장수에게 또 당했구나~~ㅠ,ㅠ

tomyou74 :

처제.. 밤 12시에 공차봤어??
마음에 안들면 법도 뜯어고치는 사람들의 마음을 조금은(아주조금) 이해하게 된대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