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3월 22일 월요일

'에버랜드'

올초 승민이,영민이,민지,지원이 이렇게 넷을 데리고 코엑스 아쿠아리움, 롯데월드, 캐리비안베이를 2박 3일로 다녀왔었다. 그때 너무 행복해하는 애들을 보며 "신학기 끝나고 4월되면 한번 더 오자"며 덜컥 약속을 했었는데 4월이 다가오자 걱정거리?가 생겼다.
저번 여행때도 서울까지 근 1000Km를 넘는 거리를 왕복하다보니 좁은 차안에서 부대끼는 애들도, 챙기는 우리도 피곤했었는데, 이번엔 승민이가 유훈이형도 꼭 같이 가야 된단다.
안그래도 요즘 부쩍 유훈이를 따르는 승민이.. 4명도 빠듯한데 5명은 무리고..
그래서 승민이에게 물어본다.
"승민아, 서울 누구누구랑 가고싶어?"
"음. 나아~, 유훈이형~, 민지누나, 연수누나~, 학현이형, 지원이" (응? 영민이는 없네)
"연수누나랑 학현이형은 안돼고, 뒷자리에 3명밖에 못타는데?"
"왜에? 딱 붙으면 5명도 타아~"
"저번에 4명 탔을때도 좁아서 힘들었잖아, 막 바닥에 눕고, 짜증내고, 그리고 유훈이형은 너희들보다 더 큰데 되겠냐" 잠시 생각하더니 이내 수긍하는 표정이다.
"자, 그럼 3명 간다면 누구랑 가고싶어?"
"유훈이형이랑 민지누나" 1초도 안걸린다.
"그래에? 영민이는?"
"영민이는 방해만 하고 싫어"
"그래도 하나밖에 없는 동생이잖아, 너가 잘 돌봐주고 챙겨줘야지"
어지간히 오빠를 귀찮게 하나보다 ㅋㅋ
"그러엄~ 음~ 나아~, 영민이이~(잠시 뜸을 들인다) 유훈이형민지누나"
"4명은 안된다니까"
"그러니까 나, 영민이, 유훈이형민지누나" (이건 뭥미)

조금뒤 영민이랑 재경이가 들어온다.
"영민아! 너는 이번에 서울 못가겠다"
"왜!?" 놀란눈을 동그랗게 뜬다
"이번엔 초등학생들만 가기로 했거든, 그러니까 중학생인 연수누나, 학현이형이랑 너, 지원이는 못가는거지"
갑작스러운 날벼락에 발을동동 구르며 울먹거린다.
"이잉..안해.. 가꺼야아 가꺼야아"
"안돼, 승민이 오빠랑도 그렇게 결정했는데?"
옆에서 재경이가 거든다. (말리는 시누이?)
"맞아. 영민아 너는 안돼겠다"
징징거리면서도 한가닥 희망을 놓지않았는데 3명이 요지부동, 같은 태도를 보이자 급기야 침대에 업드려 대성통곡을 하기 시작한다.
"좋아, 그럼 왜 서울을 가야돼는지 3가지 이유를 말해봐"
어깨를 들썩이며 한동안 말을 안한다.
"영민이 너어, 빨리 얘기 안하면 너만 손해야, 셋 셀동안 얼른 대답해" (역시 시누이가 맞다 ㅋ)
재경이의 공포스러운 카운트다운이 시작된다.
"세엣..두울."
"서울가고 싶어!"
"그러니까 왜 가고싶은데?"
영민이 돌아 앉는다. 조금전 대성통곡하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한다.
"으응~ 그러니까~ 으음 다연이 있잖아"
"다연이가 뭐"
"다연이랑 놀아줘야지이~"
"그리고?"
"또, 다연이 책 읽어줘야지"
"그리고?"
"음.. 다연이라앙~ 미끄럼틀 탈라고"
가야돼는 이유 세가지가 다연이 때문이다. 이건 뭐 정이많은건지 단순한건지.
"그래? 그럼 영민이는 서울가면 다연이랑 집에만 있어. 케리비안베이 가지말고"
"왜~ 싫어. 캐리비안베이 갈꺼야"
"그럼, 다연이는 누가 놀아주고? 너 다연이가 좋아서 다연이랑 놀려고 서울간다며?" (자기입으로 뱉은말이라 어쩌지 못하고)
"에버랜드는 갈꺼야"
"너 에버랜드 가면 다연이는 어떻게 하고"
"에버랜드 갔다와서 놀아주면 되지이~."
그래도 캐리비안베이 간다는 얘기는 안한다. 순진하기는^^

"그럼, 승민이도 가야돼는 이유 세가지를 말해봐"
"에버랜드 가고싶어"
"또"
"캐리비안베이도 가고싶어"
"그래, 그리고?"
"다연이 귀여워"
"그래에? 그리고?"
너무 쉽게 세가지를 말해버려서 싱거우니까 장난기가 발동한다.
"왜? 세가지 말했는데"
"아니야 에버랜드하고 캐리비안베이는 같이 묶음이야"
조금 어이없어 하는 승민이, 잠시 생각하다 갑자기 울음섞인 말투로 외친다.
"왜 꼭 세가지를 말해야 돼? 왜 그건 한묶음인데!"
"그건 아빠 마음이지, 열가지로 하려다가 세가지로 줄여준걸 다행인줄 알아" (완전 엿장수네)
"에버랜드하고 케리비안베이는 같은 곳이거든" (시누이 등장)
"왜 같은 곳이야!"
"같은 곳이야. 바로 옆에 붙어 있잖아"


완전 반전, 힐끗 영민이를 보니 안심하며 웃음을 띠고있다. 조금 전 걔 맞아?
"승민이 이유가 불충분하다.안돼겠다"
한동안 돌파구를 모색하던 승민이.
"막내이모 보고싶어서"
(오~ 성공이네)
근데 결론은그럼 누구누구 가는거야?
다시 걱정이다. 쩝

댓글 4개:

첼리스트 쩡~ :

와우~~이글 읽고 웃겨서 뒤로 넘어갈뻔 했어요~~
ㅎㅎㅎㅎㅎㅎ
시누이는 완전 얄미워 주시고 엿장수는 엿가락 맘대로 뽑으시고~~ㅋㅋㅋ

근데 이집의 토끼들은 막내이모랑 울다여니를 너무 좋아하는거 아니삼??이눔의 인기는,,,헤헤~~^^v

tomyou74 :

침대에 누워 도란도란? 얘기하면서 아이폰 성능도 볼겸 녹음했었는데 승민이의 반항하는 목소리가 넘 재미있어서 ㅋㅋ
첨부 하려했더니 오디오 파일은 게시가 안되네..ㅡㅡ;
그 특유의 불만섞인 목소리 "왜 꼭 세가지를 말해야 돼? 왜 그건 한묶음인데!" 너무너무 귀여워~~
근데 재호는 존재감이 없는거야? 그런거야??
재주는 재호가 부리는데..

지워니^.~* :

읽는 내내 웃으며 넘 잼나고, 즐거워습니다^-^ *
이런 이쁜 가정이 내 주위에 있어줘서 참 감사합니다~~ 재경아 고마워^^!

tomyou74 :

오디오 파일이 대박인데..
여튼, 텍스트 만으로도 재밌으셨다니 다행입니다.
바쁜 일상이지만 마음으로 웃을 수 있는 여유 잃지 마세요~~
(어차피, 매일 웃고는 계시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