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4일 일요일

'마카리안'

며칠전 지원이가 어린이집으로 껌을 가지고와 친한 친구 몇명과 나눠 씹었다.
그런데 껌을 받지못한 나머지 애들과 다투다(아마, 나는 왜 안줘? 이런식이었을거다)선생님께 딱 걸렸나 보다.
'전투에 진 병사는 용서할 수 있어도, 배식에 실패한 병사는 용서할 수 없다'
'무능한 간부는 적 보다 무섭다'
이 두가지는 군이 나에게 가장 큰 깨달음을 준 가르침 이었으니,
국가와 민족을 위한 순결함과 고귀함, 비장함은 다 어디로 가고 내 앞에서 배식이 끊겼을때 오는 좌절감과 분노는 그 무엇으로도 삭일수 없는 것이다. (물론 P.X에서 달랠수는 있겠지만 이것도 '짬밥'이 되는 사람들만의 특권이고 이마저도 야전에서는 불가능하다.)
이를 간파하고 무능한 간부로 찍히지? 않으려는 선생님의 특명이 하달 되었다.
그건 바로 껌을 씹었던 애들에게 같은 반 친구들 20명이 똑같이 먹을 수 있게 '껌 20개'를 가지고 등원하라는 명령이었으니,
이건 필시 유치원으로 껌이나 기타 먹을것을 가져오는 행위를 자제 시켜달라는 메세지를 간접적으로 부모들에게 전달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하지만 선생님의 메세지는 제대로 전달되지 않았고(그런 사실조차 나중에 알았다) 그냥 그렇게 잊혀져 갈 무렵 유일하게 영민이만 껌 20개를 가지고 보무도 당당하게 등원을 했으니 이게 어찌된 일인가? 용돈이라도 모아 껌을 샀단 말인가? 아니면 엄마 지갑을 뒤져 돈을 훔쳤단 말인가?
그 무엇보다 어떻게 혼자 그런 계획을 세우고 행동에 옮겼단 말인가?
...
그러나 상대는 영민이다! 영민이..
평소 왕성한 식욕과 식탐으로 인해 수많은 분란과 반목을 일으키는 요주의 아이 아닌가?
더구나 껌과 관련해서는 영민이 뿐만 아니라 지원이에게도 이미 한차례 주의를 준 터였다.
아빠의 옐로카드가 어떤 의미인지 너무도 잘 알고 있었기에 이 모든 사실이 알려지는게 두려웠던게다.
하지만 선생님의 말씀도 거역하지 못하는 철없고 순진한 아이 아닌가?
그래서 그랬었나 보다.
가족들과 외식할 때 마다 혹시 들키지 않을까 하는 부담을 안고 애써 태연한 척 하며 계산대에 비치된 '마카리안'을 그리도 많이 챙겼나 보다.
졸지에 우리는 선생님의 메세지 행간도 읽지 못하는 '무식한' 부모에다,
'자일리톨'이 아닌 공짜껌의 대명사 '마카리안'을 먹이는 '수전노' 부모가 되버렸다. (영~민망하다)
아~~ 마음이 마이 아파!..ㅋㅋ


댓글 8개:

첼리스트 쩡~ :

ㅋㅋㅋㅋㅋㅋㅋ
역쉬 울영미니답구나~마카리안 챙기느라 얼마나 가슴을
졸였을까나,,,
자린고비도 아닌 수전노 부모로 만든 영미니~만세~~!!

지원맘 :

ㅋㅋㅋㅋ오랜만에 배꼽잡고 웃네여~!!
전 영민이가 기특하기까지한걸요?
지원이를 좀 더 세게(?)교육시켜야겠습니당~~
오늘의 교훈은...
...저도 이담엔 외식할때마다 껌을 좀 세이브해야겠다는거 ㅋㅋㅋ

tomyou74 :

hj2 넘 좋아하는거 아니야??

tomyou74 :

쎄게요? 음..
강도의 문제는 아니듯..
저는 오히려 어떠한 외부의 압력에도 굴복(?)할 것 같지 않은 지원이가 더 기특하네요. (그런건 따로 교육을 시키나요?)
'기'가 살아 있으면 굳이 '껌'이 없어도 대성할껄요? ^^

지원맘 :

'기'의 종류도 여러가지가 있는듯...
'신기','광기','오기'...
울 지원이의 기는..?????

tomyou74 :

위 세가지는 지원이가 아빠와 있을때만 표출되는 건가요??
그렇다면.. '독기'인가?? ㅋ
아직 '애기'인데 뭘 바라나요?? ^^

첼리스트 쩡~ :

ㅋㅋㅋ넘 좋아했나요?자제하겠어용~~

tomyou74 :

왜!! 계속해~~
사람이 변하면 못써!
암..그렇고 말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