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5일 일요일

'Thriller!'

요즘 새벽에 잠도 깰겸 연한 커피를 즐긴다.
이젠 어디를 가나 볼 수 있는 자판기 커피는 일절 입에 대지 않지만(그로인해 불필요한 오해를 사기도 한다. 권하는 사람이 왜 그리도 많은지..) 원두커피는 그 향과 씁쓸한 맛이 좋아진다. 물론 연한 블랙일 경우만..
커피향에 취해 우아하게(?) 식빵 쪼가리를 뜯으며 이오덕 선생님의 <글쓰기 어떻게 가르칠까>를 읽었다.
한참, 감탄하고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다 문득(왜?인지는 나도 모르겠다. 갑자기..) Michael Jackson의 'Thriller' 뮤직비디오가 보고 싶어졌다.
아주 오래전 아마 초등학교 고학년때이지 싶다. 그 당시엔 영상물이 귀한 때라 해외 뮤직비디오를 볼수 있는 기회가 그리 흔치 않았다.
기껏해야 '쇼 비디오 쟈키'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매주 한 두 편씩 틀어줄 때 보는게 전부였다.(그마저도 방송시간을 놓치면 방법이 없다)
그나마 고등학생때는 '장미빛인생'이나 '브로드웨이'에서 원하는 음악과 비디오를 신청해서 보는게 그 나이때 가질수 있는 큰 즐거움 이었다.
가끔은, 그 당시 막강한 권력(?)을 행사하던 DJ중 한 분이 삼촌과 친하다는 정보를 듣고 난생 처음 청탁을 통해 보고싶은 뮤직비디오 테잎을 빌려와 마음껏 보는 호사를 누리기도 했었다.
그중 가장 기억에 남는 뮤직비디오가 바로 '이것'이다. (이제는 인터넷만 연결되면 거의 원하는 모든걸 보고 들을 수 있으니 참... 앞으로는 또 어떤 놀라운 일이 생길까?)

이 새벽에 이제는 다시 돌아올 수 없는 곳으로 떠난 사람의 전성기 시절의 모습을 보니 참 묘한 감정에 사로잡힌다.
도대체 그 편견이라는게 무엇이길래 무모한 성형수술을 수없이 되풀이 했던걸까? 치명적인 부작용도 감수한 채..
태생은 미국인 이지만 백인이 아니라는 한계에 얼마나 많이 좌절하고 상처받았으면 최고의 반열에 오른 그 순간에도 그런 어리석은 행동을 멈추지 못했을까?
결국, 한 인간의 비뚤어진 현재의 생각과 행동은 어린시절과 사춘기때 느꼈을, 그러나 결코 변화시킬수 없었던 환경과 욕구에 대한 피해의식의 발현인가.. (일종의 보상심리나 콤플렉스 같은?)

각설하고,
중간에 등장하는 역동적이고 독특한 좀비들의 군무!! 착착 맞아 떨어지는 절도있는 동작.*.*
이런류의 영화를 볼때면 항상 느끼는 거지만 거기 어느틈에 비집고 들어가 그들과 하나가 되고픈 마음에 가슴이 뛰고 기분이 업! 된다.
실제로 고2때 그 안무를 그대로 도입해 무대에 선 적이 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정말 아찔하지만. (왜했어~왜했어~~ ㅡ_ㅡ;;)
만약, 내가 춤에 소질에 있어서 그 작품을 멋지게 소화했더라면 지금쯤 나는 아마.. 음... 브로드웨이에 있지 않을까?ㅋㅋ (하지만, 몸과 마음이 완전 따로 놀았다는.. ㅠㅠ)
근데, 객관적으로 볼때 절대 좋다고 볼 수 없는 환경과 생각을 가진 마이클은 어떻게 최고가 될 수 있었을까? 최고가..?
특별한 교육을 받은것도, 다양한 경험을 한것도 아닌데..

언제가 본 '유근이' 기사가 떠오른다.
그 중 가장 가슴에 와닿은 유근이 아버지 얘기다.
"제가 이런 말씀을 드리는 건, 뭔가 좀 바꿔보자는 겁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아이가 좋아하는 것, 잘하는 것을 찾아서 하고 싶은 일에 매진할 수 있도록 해주자는 것, 유근이 또래 60만 아이들을 한 줄로 세워서 등수를 정하는 게 아니라, 각기 다양한 재능과 적성을 가진 아이들을 옆으로 세우는 겁니다. 그 아이들이 미래에 60만 가지 재주를 가진 훌륭한 사회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말이죠. 막말로 박세리, 박찬호 선수가 공부를 잘한 건 아니지 않습니까?"

댓글 4개:

Passion :

'액설런트 어드벤쳐'라는 영화가 생각이 납니다.
너무 재미있어서 여러 번 다시 봤는데 '엉뚱한 케릭터들이 음악으로 온 세상을 바꾼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앞으로 그런 다양한 재능과 능력을 가진 아이들이 성장해서 만날 종착역은 어디가 될 지 무척 궁금해집니다.
단순히 남들보다 더 빨리 도착하기 위한 노력은 아닐테니...

tomyou74 :

보고 또 보고,
듣고 또 듣고,
보고싶은 영화와 듣고싶은 음악은 많으면 많을수록 삶을 풍요롭게 하지..
근데,
살고 또 살고는 많으면 곤란하잖아?? (생뚱맞게.. ㅋㅋ)

첼리스트 쩡~ :

형부~~~리얼리??리얼리??
무대에 올라 형부가 춤을??? 보여줘~보여줘~보여줘요~~~~~

tomyou74 :

그때 그 모습을 기억하는 산증인이 있지..
아주 가까이..
오~직 한 사람의 머리속에서만 존재하지..
기록이 안남아 얼마나 다행인지 몰라~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