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7일 토요일

'모형 헬기.. 진짜 헬기?'

오는 22일이면 승민이가 여덟번째 생일을 맞는다. (Happy Birthday!!*v*)
어휴~ 그새 여덟살이 됐어? 정말이지 말 그대로 획~ 하고 지나온것 같다.
무슨 선물을 해줄까 고민하다 며칠 전 '미술로 생각하기' 에서 공룡 그리는 수업을 했다고해서 공룡과 관련된 선물을 해줄까 싶은 요량으로 "승민이는 무슨 공룡을 가장 좋아해?"라고 묻자 "난 공룡 안좋아하는데? 무슨 티라노사우르스 같은거? 알로사우르스, 트리케타톱스 음.. 이름만 알아"하며 시큰둥한 반응이다.
작년 언젠가 어린이집에서 "땅에 씨앗을 심으면 무엇이 나오는지 그려보세요"라는 선생님의 말씀에 주저주저 망설이다 결국 30분이 지나도록 아무것도 그리지 못한 일이 있었다.
그리고 이를 염려한(발달장애로 생각하셨을까?) 선생님께서 직접 전화로 걱정을 전했던 기억이 난다.
그날 밤 승민이에게 슬며시 그 이유를 물어보자 "나무가 너무 많은데 어떤 나무로 클지 몰라서 못 그렸는데.." 하며 말꼬리를 흐린다. (어떤 종류의 씨앗인지 특정지어 말해주지 않아서 그건것같다)
이렇듯 관심이 없거나 좋아하지 않는 것에 대한 질문을 받으면 전혀 모르는 것 처럼 딴청을 피우거나 양어깨를 들먹이며 "몰라"혹은 "아니" 이런 단답에 그치던 예전과 비교하면 천양지차지만..

대부분의 제 또래 남자애들이 좋아하는 공룡, 로봇장난감, 무슨 블레이드하는 팽이류 등.. 친구들이 가지고 놀면 저도 갖고싶은 마음이 한번쯤 생길만도 한데 승민이는 도통 관심이 없다. (지금껏 사달라고 떼쓰거나 말 한번 꺼낸적이 없다)
내가 그맘때에는 각종 탱크, 비행기, 총, 로봇 등 프라모델 조립을 무척이나 좋아했고 틈만나면 책에서 본 로봇 설계도를 따라 그리며 과학자의 꿈을 키웠었는데(당시 부모님의 절대적인 신뢰를 받고있던 족집게 '안사주'의 예언(?)대로라면 진즉 공학자가 되어 로봇 정도는 만들고 있어야 하겠지만 사주와는 안맞는 일을 하고 있으니 사주대로 안사는 '안'사주인가?^^;)
생일선물로 뭘 받고 싶냐고 물어보면 보나마나 스케치북이나 고무찰흙, 색종이 중 하나일게 뻔하고..
하지만 올해는 집초등학교(승민이가 지은 신조어)에 입학한 첫 해 이기도 하고.. 뭔가 의미있는 선물을 해주고 싶은데..
문득 왜, 영화에서 보면 근사한 정원을 배경으로 멋지게 차려입은 한 남자가 사랑하는 여자에게 프로포즈를 하는데 갑자기 '두두두' 소리를 내며 어디선가 모형헬기가 등장하고 두 사람의 머리위를 호버링 하는순간 사랑의 메세지가 적힌 플래카드가 펼쳐지는 그런 장면이 떠올랐다. (날것에 대한 판타지 였을까?)
바로 이거야! 쾌재를 부르며 당장 주문을 했더랬다. (아이폰 구매할때 얻은 교훈으로 나는 이미 상당수준의 Satisficer로 변해있었다. ㅋㅋ 이렇게 쉬운걸..)

다음날 물건이 도착하고 두둥, 커다란 케이스에 든 작고 귀여운 헬기와 묵직한 조종기를 보며 아이처럼 들떠서 충분한 시뮬레이션도 없이 실전훈련에 돌입하길 며칠..
근데 이거 장난이 아니다. (이걸 초등학생이 가지고 놀수 있을까??)
작은 프로펠러에서 뿜어져 나오는 위협적인 소리와 바람도 그렇지만 쉽지않은 조종은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제멋대로 움직이다 여기저기 부딪쳐 추락하기를 몇번.. 결국 일이 벌어지고 말았으니 프로펠러와 동체 일부가 파손된 것이다. (허걱!)
생일파티때 Surprise! 등장시켜 기쁘게 해주고 싶었는데..(ㅠㅠ)
자체 수리도 불가능한 상태라 할수없이 A/S 보냈다.. 시간도 얼마 안남았는데 이거 어쩌지..
설사 운좋게 빨리 수리되어 와도 걱정이다.
생일파티 장소인 VIPS. 멋진 조명아래 여기저기 우아하게 접시를 들고 음식을 고르고 있는 사람들.. 한쪽에선 한무리의 아이들이 생일 축하 노래를 부르며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한창 분위기가 무르익을 무렵, 짜잔~등장하는 헬리콥터!!
모든이의 이목을 집중시키며 멋지게 자세를 잡고 승민이를 향해 부드럽게 움직이는가 싶더니 별안간 중심을 잃고 휘청거리며 홀 한가운데로 돌진하더니 음식이 담긴 테이블에 사정없이 처박힌다.
와장창 접시 깨지는 소리와 함께 사방으로 흩어지는 음식, 사람들의 웅성거림과 괜한짓을 왜 했냐는 듯 나를 원망하는 눈빛.. 조롱섞인 웃음..
생각만해도 끔찍한 광경이다.

승민아! 아무래도 이번 생일엔 어려울것 같다. 그냥 박스채 줄테니까 그럴려고 했었다는 아빠의 마음만 받아다오..쩝


추신
혹시 아나, 아주 나중에 음... 내 환갑잔치때쯤(?) 승민이가 직접 헬기를 타고 등장해서 "아빠! 생신축하드려요. 선물로 그냥 헬기 한 대 샀어요. 엄마랑 가고싶어했던 히말라야 한번 다녀오세요."라고 말할지. ㅋㅋㅋㅋㅋ^^




댓글 2개:

Passion :

무슨 선물이 좋을까 고민중 ㅡ
무슨 반응을 보일까 고민중 ㅡ
맘에 안든 건지, 뭐라 표현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건지 30분이 걸리면 안될텐데 ㅡ

tomyou74 :

댓글이 너무 심 5 한데..ㅡ,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