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24일 토요일

'Dumbing Us Down' by John Taylor Gatto

"동료들과 유대관계가 중요시되는 공직사회에서 동료권유를 마지못해 따랐다가 X파리를 만나고, 만원짜리 점심이 5만원짜리 저녁이 되었다가 20만원 짜리 술자리가 되고, 5만원 짜리 선물이 30만원의 촌지가 되고 100만원의 뇌물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저도 오랜 검사생활을 하면서 완전히 당당했다고 볼 수 없는 것이 부끄럽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젊은 시절에 자신에게 더 엄격하지 못하고 당당하지 못했던 것이 후회가 됩니다. 젊은 검사님들은 더 엄격하고 당당해지셔서 후회없는 늙은이가 되시기 바랍니다"
내가 following 하는 최영호 변호사님이 최근 트윗에 올린 글이다.

요즘, 스폰서 검사(일명 色검) 문제로 떠들썩 하다.
PD수첩을 보는 내내..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기가 참 힘들었다. 아니, 정말 두렵고 무서웠다.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그들의 행태, 말투, 생각..
도대체,어디서 이런 怪物들이 나온걸까?

"충분히 오랫동안 괴물들과 싸우는 자는 그 자신이 괴물이 되지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프리드리히 니체.

승민이를 학교에 보내지 않겠다고 결심하는데 가장 큰 걸림돌이 무엇이었을까?
교육을 어떻게 시키지? 어떤 커리큘럼이 좋을까? 시간관리는 어떻게 하지? 남들 다 학교가는 시간에 도서관에 가면 이상하게 보지 않을까? 의무교육인데 어떤 불이익이 생길까? 등등
사실 이런 문제들에 대해선 이상하리만치 걱정이 없었다.
하지만 '사회성'에 관해서는 쉽게 결론을 내리기가 어려웠다.
또래와 동떨어져 지낼경우 사회성 발달에 문제가 생길거라는 일반적인 '통념'말이다.
그런 와중에 접하게 된 이 책은 나에게 진정한 '사회성'의 의미를 일깨워준 멘토와도 같은 책이다.

주는 괴물, 받는 괴물, 부러워하는, 당연시하는, 비굴한, 비겁한, 체념하는, 복종하는 괴물 괴물 괴물...
다양한 괴물들이 출몰하는 이 시기에 저자가 그토록 전하고자 했던 '사회'와 '교육'의 의미를 다시 한번 되새겨본다.

이 책은 '존 개토'가 지난 26년간 뉴욕에서 교사생활을 하며 절감한 교육제도의 문제점을 1990년, 91년 '올해의 교사'상을 수상하는 자리에서 연설문의 형태로 발표한 것이다.

사회(Community)는 무엇이고 또, 조직(Network)은 무엇일까?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생활'이라는 것이 어떤 것일까?

'존 개토'는 이렇게 얘기한다.
"조직의 목표는 모든 것을 통제하고 획일화 하는 것 입니다.
또한, 조직이 사회와 다른 점은 인간들로 하여금 아주 좁은 범위에서만 관계를 갖도록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범위는 한 가지, 또는 기껏해야 몇 가지 안 되는 공통점에만 근거를 두게 됩니다.
그런 빈약한 연결고리 속에서도 우리는 우리가 속해있는 조직이 진짜 사회와 너무나 비슷해 보이기 때문에 사람들의 사회적, 심리적 욕구가 그러한 조직에 잘 적응함으로서 충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불러일으키게 합니다.
소외된 삶을 감수하지 않을 수 있는 유일한 대안은 여러가지 형태의 조직 활동 가운데 하나를 골라 인위적인 융화를 꾀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인위적 이라는건 언뜻 보기엔 견고하게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주 취약한 것이며 치밀하게 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결합은 엉성하기 짝이 없습니다.

조직은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고 행동하는 전인격적 인간을 필요로 하기보다 인간을 분해한 조각들을 필요로 합니다.
그리고 그 안에서 기능하는 사람들은 조직이 필요로 하는 부분을 제외한 나머지 모든 부분을 억누르도록 요구받습니다.
아주 부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사람들은 어느 정도 길들여질 수는 있습니다.
그에 대한 보상으로 조직은 제한된 범위에서 사람들이 원하는 것을 능률적으로 충족시켜 줍니다.
이것은 사실 악마와의 거래와도 같은 것입니다.
장래의 특정한 이익을 위한 대가로 현재의 전인격성을 내놓은 것이니까요.
이런 거래관계를 많이 가질수록 그 사람의 인격은 여러 개의 전문화된 조각들로 쪼개지게 됩니다.
그 어느 조각도 진정한 인간성을 담을 수 없게 되고 그리고 이 조각들을 다시 조합할 수 있는 시간도 가지지 못하게 됩니다.
역설적이게도 이것이 조직에서 성공하는 사람들의 운명입니다.

또한, 지나친 조직 활동으로 인한 인격의 파편화는 인간성의 퇴화를 초래합니다.
조직 속에서 인간의 행동은 마치 줄거리가 잘 짜인 대본에 따라 움직이는 배우들의 연기와 자꾸만 닮아가게 되고, 그런 위선을 통해 얻은 조직 속에서의 친밀감이란 진짜 사회에서와는 달리 지속적인 힘을 갖지 못합니다.
조직 생활의 가식 밑에서 진정한 사회를 잃어 가고 있는 것입니다.
조직은 그 구성원들의 인격의 집합이 아니고, 구성원들의 인격과 무관하게 존재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조직의 목적이 아무리 이성적이고 선의에 기초하고 있더라도 인간의 개별적 목적이 갖는 독창성과는 깊이 화합할 수가 없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많은 조직에 속한 사람이든, 아무리 전화벨이 자주 울리는 사람이든 조직활동을 아무리 많이 모아놓아도 온전한 사회에 속한 것과 같은 효과를 가져오지 못합니다.

대기업, 기숙사, 군대, 병원, 공공기관 같은 제도적 집단의 사회적 성격을 고찰할 때 그런 집단들이 원래 사회가 아니고 조직일 뿐이라는 사실을 흔히 간과하고 지나갑니다.

더불어 학교와 같은 조직도 사회라고 할 수 없습니다.
19세기 독일에서 유치원을 창안한 '프리드리히 프뢰벨'이 유치원을 생각해낼 때 '아이들을 위한 정원'을 그린 것이 아니라, 교사를 정원사로, 아이들을 화초로 생각했다고 합니다.
이렇게 유치원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끼치는 영향을 가로막는 도구로 탄생했습니다.
'버트런드 러셀'은 학교가 추구하는 교육은 비민주적 의도를 함축한 것으로서 인간의 다양성을 제거하고 그 다양성의 원천인 가정을 억압함으로써 국가적 통일성을 조작해내는 수단이라고 말합니다.

그렇다면 과연, 12년이라는 시간을 독점함으로써 가르치고자 하는 주된 목적이 뭘까요?
설마 그 중 몇몇이 부자가 될 수 있도록 도와주기 위해서는 아닐거고 효과나 제대로 있을지도 의심스럽지만, 설령 그런 효과가 있다 하더라도 제정신을 가진 어떤 사람이 이런 교육을 제대로 된 교육이라 하겠습니까??
하지만 경제적 성공을 위한 준비를 주된 목적으로 좋은 일자리를 얻어 돈을 잘 벌고 많은 걸 소유하게 되는게 성공하는 인생이라는 주장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겁주고 통제하기 쉽게 만들어 온게 사실입니다.
아이들이 가진 시간의 대부분을 가둬놓음으로써, 같은 나이 또래의 아이들을 저희들끼리만 묶어놓음으로써, 사고의 시작과 끝을 종소리로 통제함으로써, 여러 아이들에게 똑같은 주제를 똑같은 시간에 똑같은 방법으로 생각하도록 강요함으로써, 고기에 등급을 매기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아이들에게 등급을 매김으로써, 그리고 그밖에도 수십 가지 천박하고 우매한 방법으로 학교라는 조직은 사회의 생명력을 훔쳐내고 추악한 기계론만을 심어놓습니다.
그런 조직 속에서 인격을 손상당하지 않고 견뎌낼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아이들도, 교사들도, 행정가들도, 학부모들도..

교육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것은 독창적인 인물을 만들어 내는 것이어야지, 틀에 맞춘 인간형을 찍어내는 것이어서는 안됩니다.
커다란 도전에 대응할 수 있는 창의성을 심어주고 자기 인생에 지표를 삼을 가치관을 세울 수 있게 해주어야 합니다.
자신이 하는 일, 자신이 있는 장소, 자신이 함께 하는 사람들을 사랑할 수 있도록 정신적 풍요로움을 키워 주어야 합니다.
세상에 중요한 일들이 어떤 것들이고, 사람이 살고 죽은 의미는 무엇인가를 알게 해 주어야 합니다."

어쩌면, 이제는 너무나 익숙해진 괴물들의 생태계 속에서 '내 아이도 언젠가..?'라는 끔찍한 생각은 나에게 실천할 수 있는 아니, 해야만 하는 하나의 이유였다.. 행동하지 않는 양심은 나를 한없이 슬프게 만들기 때문에..


추신
이 책을 읽는 동안 내내 "이런 반체제(?)적 사상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두 번씩이나 '올해의 교사'상을 수상할 수 있었을까? 역시 미국이라는 나라는 다양성의 가치를 인정해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맨 뒤에 작가의 후기를 보고 실소를 금할수가 없었다.
상을 준 교육 관료들은 수상소감을 말하는 자리에서 설마 이런 내용의 연설문을 발표하리라 상상조차 못했었고, 눈뜨고 지켜볼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발표는 끝나고 삽시간에 매스컴을 통해 퍼져나가 손을 쓰지 못했다는.. 그 뒤 수 만의 가정이 게토의 생각에 공감하고 또, 행동하고 있다.







댓글 11개:

뚜버기 :

상우야 나 영민이다. 네가 소개해준 정보는 정말로 내게 유용했다. 니말대로 정보기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정보통신이 극복해야할 가장 큰 문제가 있다.

- 훈민정음을 세계 표준언어로 정착시키는 시도를 할 필요가 있다-

마지막으로 나의 마음을 움직인 UCC를 적어 볼께. 이거 보고 다시 이야기하자.

1. President Barack Obama 2009 Inauguration and Address

2. We Are The World 25 For Haiti - Official Video

tomyou74 :

그래, 오랜만에 만나 반가웠고..
종종 들러라.
좋은 얘기 많이 나누자꾸나.^^

Passion :

학교를 일반 기업이나 다른 사회단체와 결부시키는 건 조금 그렇지만 어느 정도 공감이 가네요.
교육 시스템이 농경사회에서 산업사회로 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필요는 했을테고..
머, 그 전에는 사람은 다들 자기 밥그릇은 가지고 태어난다 했으니 교육의 필요성이 낮았겠으나 요즘은 그런 시대가 아니니..
그런데, 기초교육에서는 일종의 지식만 가르치는 것이지 성격이나 사회성까지 획일적으로 만들지는 않겠지요.
개중에도 잘난 놈, 못난 놈이 있고, 착한 놈, 나쁜 놈이 있듯이..
결국, 스스로 성장하면서 어떻게 받아들이고 적응하고 표현하는 가는 개개인의 몫이라고 봅니다.
학교가 연수원은 아니잖아요??

tomyou74 :

'광채가 나는 눈을 가진, 선지자의 입술 사이로, 그 어떤 노래보다도, 아름다운 음성이 "나를 믿으라"
머리를 조아린 다음 거친 가시밭길을 지나 꼬박 석 달을 왔지마는 아무 것도 없잖어~.. 중략' 장기하와 얼굴들 '아무것도 없잖어'중에서.
이 노래 알아? 내가 좋아하는 곡인데..
음.. 애당초 선지자란 존재는 없는거지? 나약한 인간이 만들어낸 허상일뿐..
그래서 걱정인게지..
연수원화 되어가는 학교가..
속물화 되어가는 사회가..

첼리스트 쩡~ :

히잉~~어려워요~~!!
흐미흐미~머리야~!!도망가야지~슝~==333

tomyou74 :

긴 호흡으로 찬찬히 따라가면 그리 어려운 내용은 아닌데..
아항~! 재미가 없다는 얘기지??
그럼, 뭐 재미있는거 없나.. 아주 가면 큰일인데..? ^^;

첼리스트 쩡~ :

오마이갓~! 긴호흡으로 찬찬히 따라가야하는군요~
실은 제가 호흡이 마니 좀 딸려요,,,ㅠ,ㅠ
그럼 마음 가다듬고 호흡을 길~~게 담아서 다시 올께용~
슝슝====333333

tomyou74 :

슝슝~ 가더라도 방구는 조금만..ㅋ

지원맘 :

하악하악@@.......
오랜만에 들어오니..
좀 더 오랜만에
들어왔었어야!!!!!!!

지원맘 :

개토의 첫번째 '올해의교사상'수상소감이 궁금해지는 밤이네요~~

tomyou74 :

두 번의 수상소감이 본문에 같이 녹아있습니다.
아마, 첫번 짼 모르고 주고, 두번 짼 어쩔수 없이 준것이 아닌가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