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4월 11일 일요일

'유훈이의 귀환'

새벽에 눈을 떠보니 승민이가 안보인다.
어제 쏟아지는 잠을 피할길이 없어 먼저 잠들었는데..
중2 과정의 수학을 하고있는 승민이가 갈수록 식을 세우고 계산하는 과정이 점점 복잡해지면서 물리적으로 필요한 시간이 전보다 늘었다.
어른 아이 할것없이 원하는것을 하고자 하는 욕구는 매 한 가지일터, 전보다 길어진 구몬시간으로 인해 다른 하고싶은것에 영향을 줄까 조금은 염려가 되기도 해서 "승민아, 시간이 많이 걸리면 좀 줄일까? 절대 억지로 하진말고 한장만 해도 되고, 또 힘들면 쉬어도 되고" 의중을 물어본다.
평양감사도 제 싫으면 그만이듯 제아무리 좋은교육도 본인이 강박감을 느낀다면 단기적인 성과는 거둘지 모르겠으나 장기적으로는 반드시 독이 된다.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주입식 교육의 결과를 지금까지 봐왔으면서도 여전히 구태를 반복하는 주위의 모습을 보면 답답함을 넘어 연민의 감정이 치미는 나다.
더구나 어려서의 다양한 경험이 훗날 돈을 주고도 살수없는 큰 자산이 된다는 사실은 주지하는바와 같다.
그래서 끊임없는 관심과 대화를 통해 아이의 생각을 알고 감정을 느껴야 하며(반드시!) 아이가 자발적으로 그러한 것들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것이 내가 느끼는 가장 중요한 부모로서의 덕목이 아닐까 싶다.
계속.
"아~니, 좀 더 빨리 풀면되지~" 오히려 줄일까 걱정하는 말투다.
하긴, 문제를 푸는 이유가 더 새롭고 어려운 문제를 풀기 위해서라며 구몬 진도표를 수시로 확인하고 새로운 과정을 접하면 흥분하며 좋아하는 승민인데 어련하겠어?.. 참..독특하다.
그런데 어제는 명일 해야 할 과정을 미리 푸는게 아닌가? 왜 그런가 싶어 "승민아, 왜 금요일것까지 풀고있어?"라고 묻자 "내일 유훈이형 오잖아~ 형이랑 더 많이 놀고싶어서~!"

'김유훈'
그는 누구인가.
과거 순천과 해남을 오가며 이모네를 제집 드다들듯 하던 시절, 산만하고 부산스러우며 만지는 물건마다 고장 내지는 박살을 내서 '마이너스의 손'으로 불리던 그 유훈이?
한때 'ADHD'가 아닌가 의심까지 받으며 ' 학교 가면 잘 적응할 수 있을까' 온 가족에게 걱정을 안겨주던 그 유훈이??
그랬던 유훈이가.. 이렇게 달라지다니! 이건 '왕의 귀환' 못지않은 '유훈이의 귀환'이다.
흙을 털고 나와 빛을 발하는 진주처럼.. (좀, 닭살이..)
사실 나는 이미 예견했었다. 유훈이의 영특함을..다만, 유일한 변수는 어리다는 거였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스로 '수신제신' 했다는게 참..대견스럽다. (멋지다! 리바이어던)

세 살 터울인 사촌형을 좋아하고 따르는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까지 오버할줄이야..ㅋ
(하긴 나도 어릴땐 형들과 노는걸 더 좋아했었지..)
유훈이도 승민이의 이런 과잉충성이 싫지만은 않은지 요즘은 매주 순천행이다.
그런 유훈이가 왔으니 밤새 먹고 마시며 회포를 풀지는 못하지만 (ㅋㅋ) 밤새 퍼즐하고 아이스테이션하고 스도쿠도 하면서 웃고 떠들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도 모자라 잠도 형 옆에서 잔 모양이다.
그리고 오늘도 하루종일.. 승민아! 그렇게 좋아??

저녁을 먹고도 얼마나 움직이고 떠드는지 금새 배가고프다며 아우성이어서 집에 돌아오는 길에 순대앞 단골집에 들러 오뎅과 튀김을 먹었다는.. 모두가 즐겁고 행복해 보이지만 불과 6시간 전 영민이와 지원이 모습은..

NC에 뮤지컬 보러갔는데 둘이 다투다 재경이에게 걸려 벌서고 있는중.
뮤지컬도 못보고 끝나고 간식도 못먹고..
남들 다 먹을때 못먹게 하는것. 영민이에겐 가장 가혹한 벌이다. ㅋㅋ
지원이는 무엇을 가장 두려워할까??
(아빠는 아니라는것 하나만큼은 확실!하다^^)




댓글 2개:

Unknown :

유훈이 씨리즈가 반지의 제왕의 놀라운 흥행을 이어갈 수 있기를 일단은 기대합니다.
블로그에 생기가 가득하네요. 물론 내가 익히 알고 사랑하는 아이들의 눈동자와 마주하기에 반가움이 앞서서이기도 하겠지만 어여쁜 둥지에서 함께 바라보고 나누고 자라는 모습들이 알콩달콩 재미집니다.
감사드립니다. 승민이가 유훈이를 형으로 만들고 있는 듯 합니다. 늘 말썽쟁이지만 승민이의 형바라기? 같은 인정을 양식으로 한 뼘씩 더 자라는 듯 싶습니다.
제가 물어보았죠. "순천, 오늘 밤에 갈거야 내일 아침 갈거야?" 단 1초도 망설임 없이 단호합니다. "오늘!"
아마도 꿀단지가 많은게지요ㅋㅋ

tomyou74 :

승민이 에게는 유훈이가 풀어주는 꿀단지가 더 좋은가 봅니다.
올해들어 부쩍 활달해지고 표현도 풍부해지는게.. 아마 유훈이 영향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근데 어제 예정보다 이른시간에 광주로 돌아가는 바람에 승민이가 무척이나 아쉬워 했다는.. 유훈이 인기가 너무좋아~~^^